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부터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까지 한국에 방문해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월요일 알파고 인기 못지 않게 유명한 구글 직원이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바로 제프 딘이라는 구글 시니어 펠로우입니다.
제프 딘은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IT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전설’같은 인물입니다. 제프 딘은 1999년 중반 구글에 합류했는데요. 구글의 대부분의 제품의 기본이 되는 구글의 크롤링, 인덱싱 및 쿼리 서빙 시스템을 비롯해 구글의 주요 초기 광고 모델과 애드센스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기여한 인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패너’, ‘빅테이블’, ‘맵리듀스’ 등을 개발한 엔지니어로 현재는 머신러닝을 위한 대용량 분산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프 딘은 3월7일 구글 캠퍼스에서 머신러닝에 대한 강연을 하고 한국 엔지니어들과 1시간 가량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500명이 넘는 한국 개발자가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구글코리아는 사전 신청서와 질문 내용을 확인하고 200여명의 개발자만 추려 현장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강의는 2시부터 시작했지만, 이미 1시30분터 구글캠퍼스 강연장에는 사람이 꽉 찼습니다. 2시가 되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실제 참여자는 210명이 넘었다고 하네요.
이날 행사는 유튜브에 생중계되기도 했는데요. 영상은 현재 무료로 공개됐습니다. 2시 정각 드디어 제프 딘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말이죠. 제프 딘은 ‘텐서플로’의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텐서플로는 최근 구글이 공개한 오픈소스 머신러닝 기술이죠.
이날 발표 주제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딥 뉴런 러닝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텐서플로를 소개했죠. 머신러닝에 대한 간략한 개론을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강의가 도움이 되실 겁니다.
현장에서 따로 통역이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도 자막이 지원되지는 않습니다. 1시간 가량 강연이 끝나고 3시부터는 약 3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요. 사전 질문을 미리 받아 답변하고, 나머지는 즉석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질문하려는 사람은 굉장히 많았는데요. 한 번에 10여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손을 드는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 상당수는 이 질의응답 시간에서 좋은 정보들을 받았다고 후기를 남겼습니다. 제프 딘은 강연이 끝난뒤 추가 질문이 있는 10여명의 개발자들과 일일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다음과 제프딘과 한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진행된 일부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질문 : 인공지능과 사람의 지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
답변 : 인간의 지능이 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점은 현상을 관찰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다양한 상황을 관찰을 통해 이해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한 물건을 집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이전의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컴퓨터는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는 열심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질문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답변 : 모두가 이번 대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잘 모르겠다. 알파고는 지난번 유럽 챔피언 바둑 기사를 이겼다. 그 후 5개월 동안 알파고도 많이 배웠을 것이다. 알파고는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나. 승패의 핵심은 5개월 동안 알파고가 충분히 배웠는가인데, 잘 모르겠다.(웃음)
질문 : 현재 ‘CTNK’나 ‘카페’ 등 머신러닝와 관련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많다. 이와 비교했을 때 텐서플로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답변 : 현재 다른 종류의 오픈소스 머신러닝 기술이 있고,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구글도 다른 머신러닝 기술의 장점을 가져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고민했다. 텐서플로의 장점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연구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연구환경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실제 기술에 배포해서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데이터센터나 모바일 앱에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에 텐서플로를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질문 : 당신과 같이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매일 무엇을 해야 할까?
답변 : 아침을 먹어라. (웃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분야 전문가와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하면 혼자 내놓을 수 있는 결과보다 훨씬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전문분야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경험이 다음에 무엇인가 시작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질문 : 작은 회사에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얻기 힘들다. 대학에서도 그렇다.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도 힘들다. 작은 회사나 그룹에서 머신러닝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 조언해 줄 수 있나?
답변 : 큰 회사는 많은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작은 회사라면 외부에 공개된 데이터들도 일단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조금씩 뜯어고치면서 더 나은 훈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구글이 향후 새로운 데이터를 공개할 것인지는 여기서 언급할 수 없다. ‘이미지넷’ 데이터는 이미 외부에 공개했다. 이 데이터는 컴퓨터 비전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컴퓨팅 자원 문제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질문 :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또 그 실수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답변 : 아주 많다. ‘빅테이블’이라고 있다. 2004-2005년께 만든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에는 분산 트랜잭션(distributed transaction)과 관련된 도구가 없다. 많은 팀이 그 기능을 원했다. 이 기능이 없어서 제대로 동작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빅테이블 핵심 기술 안에 분산 트랜잭션 기능이 있었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스패너’를 만들어 보안하기도 했다.
질문 : 만약에 게임을 스스로 할 수 있는 AI를 만든다고 치자. 그 AI를 만드는 개발자는 해당 게임을 아주 전문적으로 잘 해야 하는가? 비슷한 질문으로, 알파고 연구자들은 바둑을 잘 두는가?
답변 : 질문을 조금 확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당신이 만약에 특정 문제를 머신러닝으로 풀려고 한다면, 당신은 해당 문제와 관련한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관련 전문가가 함께 일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의학 이미지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엑스레이 사진을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옆에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엑스레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알파고 연구원들 중에는 바둑을 둘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또한 바둑을 잘 모르는 연구원도 있다.
질문 : 당신은 그동안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문제 해결을 보통 어떻게 하는가? 구글 검색도 하는가? 아니면 동료에게 물어보는가?
답변 : 둘 다 맞는것 같다. 검색엔진은 유용하지 않나. (웃음) 나도 검색을 한다. 동료와 토론하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동료와 토론할 수 있는 문화는 구글 환경에서 좋아하는 부분이다. 구글에는 서로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있다. 가끔씩 아주 놀라울 정도로 넓고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질문 : 딥러닝은 현재 음성, 비디오, 언어 분야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구글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에 딥러닝을 적용할 예정인가? 딥러닝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답변: 로봇이나 헬스케어쪽에 딥러닝이 더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머신러닝을 적용하기에 유용한 분야다. 딥러닝의 수준을 파악할 때 필요한것은 기계가 이전에 풀어본적 있는 비슷한 문제를 다시 풀 수 있느냐다. 새로운 데이터를 적용해서 풀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질문 : ‘제프 딘의 29가지 진실‘에서 진짜 내용은 얼마나 있는가?
답변 : 제프딘의 진실은 사실 동료가 만우절 장난으로 만든거다. 그게 여기저기 퍼졌다. 굉장히 나를 칭찬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조금 민망하다. (웃음)
질문 : 가장 좋아하는 언어는 무엇인가?
답변 : 나는 C++와 애증 관계에 있다. (웃음) C++는 아주 유용하지만 동시에 최근 몇 년간 복잡해졌다. C++11, C++14가 나오지 않았나. 새로운 기능이 나오기도 했다. 보통 C++로 작업한다. 하지만 구글 동료들이 만든 ‘고’ 언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고로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고는 간단하고 로우 레벨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질문 : 텐서플로 티셔츠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답변 : 오늘은 하나밖에 안 가져왔다. (웃음)
3월7일 행사 참가자 중 상당수는 향후 업무에 딥러닝을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머신러닝 연구 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게임회사 개발자, 스타트업 CEO 등 다양한 출신의 개발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올해 18살인 이승우 학생은 “머신러닝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면서 제프 딘 행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오고 싶었다”라며 “한국에도 데이터세트가 API를 통해서라도 개방돼 머신러닝 연구원들에게 많은 길이 열렸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딥러닝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김선우 딥바이오 CEO는 “제프 딘은 최근에 딥러닝 분야에서 여러 발표를 하던 분이라 딥러닝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라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큰 규모의 모델과 더 많은 계산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외국인이자 텀블벅에서 일하고 있는 비욘 개발자는 “제프 딘은 가장 뛰어난 컴퓨터과학자 중 한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라며 “텐서플로우에 대한 소개와 딥러닝을 구글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기억난다”라고 말하더군요. 또한 차창호 프리랜스 개발자는 “AI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최근 트렌드가 되니깐 계속 관련 논문이나 글을 찾아보고 있다”라며 “이번 발표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지만 제프 딘을 통해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재원 서강대 대학생은 “제프 딘은 텐서플로우를 만든 사람으로 알고 있다”라며 “실제 발표를 듣고 만나니 상당히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고요. 길소연 대학원생은 “향후 업무에서 머신러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작은 회사에서 데이터들을 어떻게 얻고 활용해야 하는지, 또 학생으로서 딥러닝 공부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권순선 구글 APAC 개발자 플랫폼 총괄은 “오늘 이렇게나 많은 질문이 나올지 몰랐다”라며 “참여 개발자들의 열정과 관심에 놀랐다”라고 행사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출처: https://www.bloter.net/archives/251561